오충 지음 | 천년의시작
오충 시인의 시집 『물에서 건진 태양』이 천년의시 0118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전남 여수 출생으로 원광대 보건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맥 문학』에서 2015년 수필, 2018년 시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물에서 건진 태양』에서 시인은 질병의 고통과 이에 따른 몸의 자각을 노래한다. 이때 자아를 발견하고 깨닫는 과정은 곧 질병의 고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시인은 유한자인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의 뜻을 따라 살며,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기도함으로써 한층 높은 정신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소망을 보여 준다.
한편 해설을 쓴 이은봉(시인, 문학평론가, 대전문학관장)은 이번 시집에 대하여 “당대의 현실에 대한 정당한 인식과 실천적 관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깨어 있는 자아와 시민 주체의 현현의 시 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평했다. 이번 시집에는 국가 차원의 공동체의식이 반영되어 있는 시편들이 눈에 띄는데, 이는 ‘코로나-19’를 다룬 시편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인은 인류에 커다란 위협을 가하고 있는 질병의 확산을 사유함으로써, 존재의 현존을 되묻고 생명의 소중함을 환기하는 성찰의 과정을 시에 녹여 낸다. 이 과정에서 인간 생명의 존귀함이 자연 생명의 숭고함으로 확장되면서,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꿈꾸는 시인의 염원이 드러나게 된다. 시인은 궁극적으로 자연의 현존과 자연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깨닫게 됨으로써, 인간의 편리주의에 의해 끊임없이 왜곡되고 파괴되는 자연의 참상을 성찰한다. 요컨대 이번 시집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성찰을 통해 온전한 자연공동체의 가능성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아픈 몸에 대한 자각에서부터 출발하여, 정당한 현실 인식을 거쳐 정당한 실천적 사회의식, 역사의식에 이르면서 유의미한 문학적 발자취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