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 김연경 옮김 | 민음사
삶과 죽음의 참된 의미를 사납게 파고드는 웅숭깊은 통찰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사상과 철학이 집약된 경이로운 걸작
영화 리빙: 어떤 인생의 원작,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키루에 영감을 준 작품!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왜 끊임없이 ‘부활’하는가?
2023년 12월, 영화 「리빙: 어떤 인생」으로 다시 우리 곁을 찾아온 이반 일리치
고전은 시대를 초월해 후대 사람들에게까지 널리 읽히고 사랑받는 영광을 누린다. 그러한 수많은 고전 중에서도 이 같은 특권을 톡톡히 누리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다. 수많은 고전들이 인간의 불가피한 운명인 죽음을 다뤄 왔지만, 이 작품만큼 두루 애독된 예는 아마 없을 터다. 아닌 게 아니라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그야말로 끊임없이, 영화만 해도 벌써 다섯 차례나 각색되었고, 연극이나 드라마, 오페라까지 들여다보자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이토록 꾸준히 ‘부활’하는 데에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이를테면 누구나 다 죽을 수밖에 없으므로, 그러나 죽음이 임박하기 전까지 모두 그러한 진실을 잊고 살아가므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전하는, 요컨대 톨스토이가 먼저 깨달은 삶과 죽음의 진면목을 찾아 되돌아오는지도 모른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주제 의식을 재창조한 예 중에, 세계적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이키루(生きる)(1952)는 꼭 한번 살펴볼 만하다.
어느 날, 구로사와 아키라는 공동 각본가인 오구니 히데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죽음을 선고받은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까?” 전후 시대의 인간으로서 삶과 죽음에 대해 회의하던 구로사와는 결국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꺼내 들었고, 곧장 연출에 들어간다. 당시 이키루의 흥행과 비평적 성공은 그리 녹록해 보이지 않았다. 세계 대전 직후, 전범국 일본의 영화가 미국 등 서방 세계에 우호적으로 비칠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미국의 《타임》(“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숭고함을 명확히 밝혀낸 작품.”)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최후의 순간, 삶과 죽음의 의미를 찾아내려 하는 감동적이고 심오한 이야기.”) 등 주요 매체로부터 큰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도 성공한다. 아마도 이 또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부단히 생명력을 유지하듯, 시공간을 초월한 인류의 본원적(그리고 보편적) 고뇌를 정확히 짚어 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이키루는 반백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BBC가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10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2022년에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각색을 통해 영화 리빙: 어떤 인생(Living)으로 또다시 태어났다. 언젠가 가즈오 이시구로는 “이키루가 전하는 메시지의 영향 아래서 평생 살았다.”라고 고백했는데, 이 말인즉슨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왔다는 의미일 터다. 그렇다, 이반 일리치는 죽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영원히 되살아날 운명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