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 정은경 지음 | 아르테(arte)
오랫동안 우리 전통 설화와 민담, 문헌 기록 속 토종 괴물들을 집요하게 채집해 온 괴물 박사 곽재식의 야심작이다. 곽재식은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여 주겠다고 작심이라도 한 듯, 신비하고도 생동감 넘치는 토종 괴물들을 우리 앞에 소환시킨다. 곽재식 작가의 재기발랄한 입담이 다수의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써 온 정은경 작가와 안병현 그림작가를 만나 한국형 판타지 시리즈물, 『크리처스』로 우리를 찾아왔다.
철불가의 기지로 사포를 습격한 장인을 물리치는 데 성공한 소소생과 철불가 앞에 드리운 그림자가 있었으니, 바로 김 대사와 손을 잡은 흑삼치. 흑삼치는 소소생과 철불가를 김 대사에게 바치고 동해 바닷길을 차지하려 든다. 위기 때마다 갖은 요행과 술수로 목숨을 부지해 왔던 철불가지만, 김 대사는 요지부동으로 철불가와 소소생에게 처형을 명한다.
그 순간, 김 대사에게 비보가 날아들었다. 바로 김 대사의 또 다른 관할지인 당포에서 연이은 괴죽음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철불가는 소소생과 자신이 그 괴죽음을 해결할 수 있다고 허세를 부리고, 가뜩이나 장인들의 난동으로 입지가 불안해진 김 대사는 철불가의 허언에 또 넘어가고 마는데….
『크리처스』는 마치 영상을 보듯 시청각적 경험을 극대화하는 소설이다. 쉴 틈 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들과 비장한 장면에서 돌연 팽팽하던 긴장감을 유머로 반전시키는 재치, 역사적 고증과 상상의 힘을 버무려 환상적인 세계관을 재현한 그림은 텍스트의 한계를 뛰어넘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10대 청소년은 물론, 새로운 한국형 크리처물을 고대해 온 팬이라면 그 기대치를 충족시켜 줄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