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쉬었어? 오늘은 기분이 어때?”
얼룩진 공기를 들이마셨는지 여느 때와 다르게 하루가 얼룩투성이다. 머릿속 어딘가 텅 빈 것 같아서 '배가 고파서 그런가'하는 생각을 했고, 머릿속 어딘가 어지러운 것 같아서 '마음의 방향이 꼬였나'하는 생각을 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삶의 쉼표 하나쯤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 마침 눈에 들어온 책이 있다. 깊은 휴식 같은 시 그림책 <백 살이 되면>이다.
황인찬 시인의 시, '백 살이 되면'에 서수연 작가의 그림이 더해져 그림책으로 출간되었다. <백 살이 되면>은 몹시 피로한 일상에서 따듯하고 긴 휴식을 마치기까지 무려 백 년에 달하는 과정을 그렸다. 특히 "잘 쉬었어? 오늘 기분은 어때?"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백 년 동안 쉬어서 아주 기분이 좋다."라고 답하고 싶다는 마음에 공감이 간다. 매일매일 펼쳐놓고 오래 머물고 싶도록 위로가 되는 그림책이다. 서수연 작가의 서정적이면서도 몽환적인 그림은 생생한 휴식의 풍경을 만들어간다. 일러스트레이터 서수연의 첫 그림책.
상세이미지
저자 소개
저자 : 황인찬
문학이 우리 삶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집으로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등이 있으며, 그림책으로 『내가 예쁘다고?』가 있습니다.
그림 : 서수연
가본 적 없는 데를 오래 거닐다 온 사람의 평화로운 잠, 그 잠에서 깨어난 사람의 말간 얼굴을 생각했습니다.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돌봄과 작업』 『AROUND』 매거진에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했고, 매일 ‘퇴근드로잉’을 그립니다.
목 차
“잘 쉬었어?
오늘은 기분이 어때?”
황인찬, 서수연이 지은
깊은 휴식 같은 시 그림책
『백 살이 되면』
백 년을 쉬고 온 이에게 “잘 쉬었어? 오늘은 기분이 어때?” 누군가가 묻는다면 그는 아주 개운한 웃음을 지을지도 모르겠다. 황인찬 시인의 2021년 현대문학상 수상작 중 한 편의 시, ‘백 살이 되면’이 그림책에 담겨 나왔다. 몹시 피로한 일상에서 따듯하고 긴 휴식을 마치기까지, 한 편의 이미지 서사가 평화로이 흘러간다. 흘러가면서 문득문득 한없이 평온해진 자의 귀여움과 반짝거림이 드러난다. 오래 머물고 싶도록 위로가 되는 그림책이다.
출판사 서평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아도 된다면 좋겠다는 마음
“백 살이 되면 좋겠다” 그림책의 첫 문장이다.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아도 된다면 좋겠다” 시작은 아슬아슬하다. 누군가는 죽음을 연상할지도 모를 과감한 문장들이 성큼 다가온다. 시의 문장들은 그 뒤로도 망설임 없이 담백한 마음을 전한다.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아도 된다면”, “물방울이 풀잎을 구르는 소리” “젖은 참새가 몸을 터는 소리” “이불 속에서 듣다가 나무가 된다면 좋겠다” 푹신한 이불 속에서 몸 한번 일으키지 않고 귀만 열어놓고 빛의 온기를 듬뿍 받는 휴식. 깊은 휴식의 끝은 여전히 한낮이고, 부드러운 오후의 빛 속에서 온 가족이 내 침대를 둘러싸고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 누군가 잘 쉬었냐고,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웃으면서 아주 기분이 좋다고 답하고 싶다는 마음에 공감이 간다. 잘 쉬고 나서의 현실도 따듯한 색깔이기를 바라는 절실한 마음은 누구나 같을 테니까.
황인찬 시인은 이 시가 수상작으로 정해지기 전부터 그림책을 염두에 두고 시를 지었다. 단단한 문장들의 합에서 한 편의 이야기가 들리고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 공백에 그림의 자리를 넉넉하게 갖추어 놓았다.
흙으로, 나무로, 밝고 짙은 오렌지 빛 상상 속으로
연한 에메랄드 빛 바탕에 첫 문장만 단정하게 놓여 있다. 도입에서 한숨 여유를 둔 그림은 오렌지와 블루, 화이트, 여러 빛깔들의 다채로운 조합으로 생생한 휴식의 풍경을 만들어간다. 인물이 뒤척이던 침대의 나무색 구조물은 다음 장면에서 자연스레 흙바닥으로 변모하며 점점 더 깊이, 얼핏 유년의 세계와도 맞닿아 있는 자연의 세계로 안내한다. “가 본 적 없는 데를 오래 거닐다 온 사람의 평화로운 잠”을 떠올렸다는 서수연 작가의 말처럼, 이어지는 그림들은 잘 계획되어 있으면서도 몽환적이고 아름답다. 그림은 시와 합을 맞추다가도 때로 의도적인 어긋남으로 시가 상상한 세계를 더 생생하게 이끌어내고 있다.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터 서수연의 첫 그림책이다. 그가 매일 밤 퇴근 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개인작업 ‘퇴근드로잉’처럼 유니크하고 인상적인 그림들에, 이번에는 이야기가 읽히는 흐름을 갖추었다. 여러 차례 그림의 이야기를 정돈한 다음, 유화와 오일파스텔, 색연필, 연필 등 습식과 건식 재료를 함께 사용하여 무겁다가도 가벼운, 부드러우면서도 까슬한 느낌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잠에서 깨어나면 여전히 한낮이기를
시간에 맞추어 사는 일은 참 힘든 일이다. 가끔 기다리는 시간이 있어 설렐 때도 있지만, 일상에서는 늘 수시로 시계를, 핸드폰을, 데스크톱 하단의 시간 표시를 보며 다급한 일정을 가늠한다. 그러면서 중얼거리는 말들은 대체로 이 시간을 잘 지나면 다가올 포상인, 주말에 대한 것들. 그렇지만 주말이 느리게 간 적이 한 번이라도 있던가?
이 그림책은 한 달도, 일 년도 아니고 무려 백 살이 되면 좋겠다고 한다. 백 년 동안 쉬어서 아주 기분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상상만으로도 아득하고 자유롭다. 그리고 이 ‘상상만’의 세계를 차곡차곡, 붉은 머리 소년의 발걸음이 채우고 있다. 소년의 투명한 몸은 오래 평화롭게 거닐고, 그가 백 년 동안 쉬고 돌아온 곳에는 여전한 한낮의 따듯함이 있다. 멋진 상상은 언제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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