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들의 음악 ……………… 009
감사의 말 ……………… 457
옮긴이의 말 ……………… 459
보금자리를 만들고 지키는 마음,
함께-살기 위해 새로운 음악을 듣는 마음
저자 소개
저자 : 아일린 가빈 Eileen Garvin
소설가이자 양봉가. 『벌들의 음악』의 배경인 오리건주 후드리버에서 글을 쓰고 벌들을 키우며 살고 있다. 시애틀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뉴멕시코대학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신문과 잡지, 후드리버 지역의 웹사이트 등에 글을 기고해왔다. 2010년 언니 마거릿과의 관계에 대한 에세이 『자매가 되는 법How to Be a Sister』을 출간했다. 2021년 출간된 『벌들의 음악』은 작가의 소설 데뷔작으로, 각자의 아픔을 지닌 세 사람이 함께 벌을 키우며 우정을 나누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그렸다. 전미 베스트셀러가 된 이 소설은 굿모닝 아메리카 북클럽, 라이브러리 리즈, 인디넥스트 선정 도서에 이름을 올렸고, <피플> <워싱턴 포스트> 등 여러 매체의 추천을 받았다.
역자 : 최현지
대학과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으나 문학과 더 가까이 지내며 번역을 시작했다.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영미권 문학을 번역하는 한편, ‘최리외’라는 필명으로 동네 책방에서 독서모임과 북토크 등을 열며 낭독극과 글쓰기 등 창작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이디스 워턴의 소설론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 에멀린 리처드슨 시 그림책 『멀고도 가까운 노래들』 『해달별』, 스칼릿 세인트클레어의 로맨스 판타지 장편소설 시리즈 등이 있다.
목 차
알맞은 온도로 지속되는 우정의 힘,
꿀벌에게서 얻는 지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함께 손잡고 만들어가는 연대의 이야기
★ 굿모닝 아메리카 북클럽 선정 도서
★ 라이브러리 리즈 선정 도서
★ 인디넥스트 선정 도서
★ <피플> <워싱턴 포스트> 등 추천 도서
『벌들의 음악』은 작가이자 양봉가이기도 한 아일린 가빈의 소설 데뷔작으로, 각자의 아픔을 지닌 세 사람이 함께 벌을 키우며 우정을 나누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기분좋은 온기와 반짝이는 희망, 서로를 지켜주는 우정, 그리고 인간뿐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연대의 마음으로 가득한 이 소설은 2021년 출간되어 전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굿모닝 아메리카 북클럽, 라이브러리 리즈, 인디넥스트 선정 도서에 이름을 올리며 독자들의 커다란 지지와 사랑을 받았고, <피플> <워싱턴 포스트> 등 여러 매체의 추천 도서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불운한 사고로 걷지 못하게 된 열여덟 살 제이크, 갑작스레 남편을 잃은 상실감에서 회복하지 못한 마흔넷의 앨리스, 잘못된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른 뒤 불안과 자책의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어버린 스물넷의 해리. 성별도 나이도 제각각인 이들 세 사람은 우연한 사고와 예기치 못한 기회로 함께 지내며 특별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이 우정은 세 사람 모두의 마음을 위로하며 이들의 삶에 새로운 시작이라는 희망을 가져온다. 직업도 없고 학교에도 다니지 않고 휠체어를 타는 “특이하게 망한” 제이크도,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는 깨달음으로 온몸이 묵직하게 아파오는 앨리스도, 스스로를 “A급 멍청이”라고 자조하는 해리도, 정교한 밀랍으로 빚어진 벌집처럼 이들을 보호하며 자라나는 우정 속에서 조금씩 변화하며 슬픔의 긴 터널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벌들과 세 사람의 기묘한 동거는 상처 입은 마음속 텅 빈 공간에 벌꿀 색깔의 따스함을 더하고, 그 따뜻함은 독자의 마음으로도 이어져 특별한 울림을 선사한다. 소설 속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묘사는 팍팍한 일상에 잔잔한 휴식과 위로가 되고, 각자의 결핍과 슬픔 속에서 손잡고 연대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마음을 벅차오르게 한다. 더불어 꿀벌의 생태와 아름다움에 대한 문장들은 다른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다보면 마치 포근한 오후 햇살을 받으며 벌통들 앞에 앉아 가슴에서 울리는 윙윙 소리를 느끼고 있는 것만 같다. 벌들의 음악소리가 선사하는 평온함을 만끽하면서.
출판사 서평
타인과 연결될 뜻밖의 길과 새 출발이라는 반짝이는 약속,
그리고 자신만의 벌집을 찾는 황홀한 여정
봄을 맞아 새로운 꿀벌을 분양받아서 집으로 돌아가던 앨리스는 어두운 도로에서 휠체어를 뒤늦게 발견하고 급히 반대편으로 핸들을 꺾는다. 그 바람에 트럭 짐칸에 실려 있던 벌통 일부가 도로로 떨어지고 꿀벌 수백 마리가 혼란스러워하며 벌통을 빠져나온다. 휠체어에 타고 있던 이는 산책을 나왔던 제이크. 파티가 열린 친구 집 2층 지붕에서 장난을 치다 아래로 떨어지는 바람에 하반신마비가 된 제이크는 사고 이후 친구들을 피하기 위해 과수원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이날은 음악을 들으며 휠체어를 움직이다 뒤에서 트럭이 다가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렇게 조우한 십대 소년과 사십대 여성은 서로의 무탈함을 확인하다가 벌통과 꿀벌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누게 되고, 뜻밖에도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앨리스는 카운티 개발 부서에서 일하며 취미로 벌을 키우는 양봉가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편이 첫 데이트에서 선물한 벌통 하나로 시작해 현재는 스물네 개의 벌통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 여름까지 벌통의 수를 백 개로 늘리기 위해 파트타임을 구하는 공고를 낸 상황이었는데, 제이크가 아버지로부터 불쾌한 대우를 받는 걸 목격하고 충동적으로 소년을 고용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그리고 여기 공고를 보고 찾아온 해리가 합류한다.
해리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에 어릴 때부터 남에게 잘 속고 자신의 것을 쉽게 빼앗겨온 아이였고, 급기야는 친구들 꾐에 넘어가 도둑질을 하다 혼자만 도망가지 못하고 모든 죄를 뒤집어썼다. 얼마 전 가석방된 뒤 삼촌의 트레일러에서 지내던 중 앨리스가 낸 채용공고를 발견한다.
제이크는 무거운 것을 들거나 자유로이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양봉복이나 장비 없이도 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정도로 양봉에 큰 재능을 보이고 심지어 다른 이들은 듣지 못하는 여왕벌의 소리를 구분하기도 한다. 해리는 묵묵하게 일하며 제이크가 휠체어를 탄 채로도 작업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작업대를 만들어주는 등 힘을 보태고, 언제까지나 혼자일 줄만 알았던 앨리스는 의외로 이 청년들과 함께 지내는 일상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앨리스가 출근한 뒤 혼자 벌통을 탐구하던 제이크는 이웃 과수원 근처의 벌통들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다. 앨리스는 퇴근 후 제이크와 함께 벌통들을 살펴보고 남편이 처음 사준 벌통을 포함해 가장 오래 보유해온 벌통의 벌들이 죽어 있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웃 과수원에서 ‘수프라그로’라는 대기업에서 홍보를 위해 무료로 배포한 살충제를 며칠 전에 뿌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앨리스는 수프라그로의 살충제가 다른 지역에서 벌들의 집단 폐사를 일으켰다는 정보를 접한 후 그 상관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죽은 벌들의 검사를 의뢰하고, 양봉협회 모임에 나가 과수원들이 수프라그로 살충제를 사용하는 걸 막아야 한다고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책 속에서
어쩌면 최악은, 이 비참한 삶에서 어떤 일도 더는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점인지도 모른다. 24쪽
여왕 페로몬은 “다 괜찮다”고, “우리는 모두 함께야”라고 말해준다. 또 “너희는 여기에 속해”라고도. 88쪽
제이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집의 안락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것에 가까운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감각이 가슴속에 깃들었다. 그는 흉골에 손을 대고 오르락내리락하는 호흡을 느꼈다. 이 감각은 대체 뭘까? 느껴지는 것에 이름을 붙이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걸렸다. 평온함. 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그 모든 순간이 그의 내면에 서서히, 하지만 확실히 평온함을 선사하고 있었다. 마치 꿀벌이 꿀 저장소를 쌓는 것처럼. 211쪽
그는 이제 특이하게 망한 제이크였다. 열여덟 살에 직업도 없고 음악학교에 다니지도 않고 휠체어를 타는 제이크. 목에 뭔가 걸린 것처럼 갑갑했다. 자기 삶이 처한 상태를 생각하면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그때 그는 양봉장을 내다보았다. 피로한 두 손에 힘을 풀었다. 그리고 자신이 들은 소리와 목격한 아름다움을 떠올렸. 앨리스에게 말해줄 모든 것을 생각했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기쁨의 불꽃이 피어나는 게 느껴졌다. 너무나 새로운 일이었다. 놀라운 일. 221쪽
그것이 그녀의 본질이었다. 그냥 앨리스. 그러니 괜찮을 것이다. 그래. 호흡이 조금씩 느려지고 있었다. 스스로가 진정으로 누구인지에 대해 그녀는 만족할 수 있다.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 그녀는 오직 그녀 자신에게만 속할 것이다. 그러자 물이 흐르던 수도꼭지를 잠근 것처럼 불안이 뚝 멎었다. 슬픔의 말끔한 가장자리를 느낄 수 있었지만, 그것은 침착해진 감정, 통제할 수 있는 감정이었다. 앨리스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쓰지 않은 채 강변에 서 있었다. 봄 소나기를 흠뻑 맞으며 엉엉 우는 통통한 중년 여자가 거기 있었다. 256~257쪽
그리하여 마흔네 살 먹은 앨리스 홀츠먼, 카운티 개발 부서 책임자의 부하직원이자 양봉가, 부모도 남편도 잃은 사람, 누구의 엄마도 아닌 이 여성은 세 청년과 미루나무 아래에 앉아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곳에 모여, 돌아가면서 한 명씩 울고 또 웃는 이들은 정말이지 이상한 조합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이따금 일어나기 마련이다. 슬픔이 일상적인 제약들을 끊어내고 분출되는 일. 그 슬픔 안에서 그들은 진실하고도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 만약 다른 누군가가 그런 모습을, 진실로 타인을 바라보고자 한다면, 그 태도가 모든 것을 바꿔놓는다. 284쪽
마음속의 그릇이 느껴졌다. 슬픔이 담긴 그릇, 그리고 슬픔의 테두리를 두르는 삶의 나머지 부분들, 그 모든 것이 마치 정교한 밀랍으로 빚어진 벌집처럼 슬픔을 보호해주려 자라나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310쪽
“벌들이 나를 구해준 것 같아. 그러니까, 내 삶의 많은 부분은 아직도 엉망진창이지만, 저기 양봉장에 나가 있을 때는…… 와아, 내가 거기에 속한다고 느껴. 내가 그 일부인 것처럼.” 383~384쪽